50년 전 일본에선 베트남 반전 운동을 지지하는 활동가들이 있었다. 특히 '반전탈영미군원조일본기술위원회'(일명 자텍JTAC)라는 단체는 침략 전쟁에 반대하여 탈영한 미군들이 무사히 제3국으로 망명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했다. 이 단체를 통해 탈영한 한국계 미국인 '김진수'씨도 스웨덴으로 무사히 망명했다.
그러나 미국은 최대한 전쟁을 유지하고자 했다. 정치적 이념과 경제적 손해 속에서 아직은 물러설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전쟁 중단을 조장하는 이들 단체를 와해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미군 스파이는 탈영병으로 위장해 일본에 들어왔다. 당시 단원들의 회고를 통하자면, (나중에 알고보니) 스파이였던 이들은 일반적 탈영병과는 달리 매우 안정되고 모범적인 청년들이었단다.(일반적으로 탈영병들은 불안정하고 규율화가 덜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단체는 스파이의 가능성을 배제한 건 아니었지만 결국 그 청년들 또한 예정된 루트를 통해 망명시키기로 결정했다. 물론 결과는 자텍의 와해. 그동안 미군 몰래 유지해오던 망명 루트를 발각당했고 단체의 주요 임원들의 얼굴도 공개되었으니 단체는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단체의 책임자였던 구리하라 유키오가 말하듯이, 그들의 선택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탈영병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면 내부 분열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애초에 자텍은 대체 불가능한 지도자를 만들지 않고자 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정제된 어떤 단체, 기관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는 굳건한 '철학'이었다. 그리하여 1대 자텍은 무너졌지만 평화라는 철학은 살아남아 2대, 3대의 자텍을 만들어냈다. 탈영병 지원 활동은 계속되었다. 그들은 시민들에게 자텍을 지원해 달라고 하지 않고 알아서 자텍이 되어 달라고 호소했단다.
누구나 철학 속에서 일원이 될 수 있는 단체라, 멋지다!
살면서 결정을 번복하는 때가 많다. 철학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반전이라는 아주 멋드러진, 강력한 당위의 철학은 아니더라도 내 인생을 사는데 있어 나 스스로 구축한 철학이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철학이 있으면 일상의 작은 일 하나하나도 달리 보일 것 같다.
결정 하나 하나가 '나'를 보다 더 선명하게 만들테니까. 자존감이란 어쩌면 그렇게 조금씩 자라나는 걸지도.
아래는 기사를 첨부한다. 내용을 작성하는데 기초가 되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18652.html : '후지이 다케시의 오피니언' <한겨레신문>2017-11-12 18:22 등록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37006.html : '김진수' 관련 기사 <한겨레21> 2014-05-09 17:3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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