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는 말은 언제나 멀고 생경하게 느껴진다. 프레스 기계에 눌려서, 커다란 배에 갇혀서 소중한 사람들이 죽었다.

나는 그 사람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생전에 본 적도 없지만 '죽었다'는 말이 자아내는 멀고 생경한 느낌은 너무 강렬해서 무시할 수가 없다.

왜 나와는 멀어보이는 그 단어가 그렇게 강력하게 작동하는가.

어쩌면 일본 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말이 내 물음에 답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는 후쿠시마 지진 피해자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지진을 '2만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으로 생각하면 피해자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2만 건 있었다'고 이해해야 한다."



어쩌면 아직은 멀어보이는 '죽음'이란 단어가 신문에 나올 때 갑자기 덜컹하고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은

아무리 멀어도 지금 눈을 감은 그 누군가가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나와 같이 웃고, 사랑하고, 고민하고, 꿈을 꿨을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 사람 한 사람으로, 기억하겠다.




박진의 세상읽기 '빈관' (한겨례신문 등록 :2017-11-21 18:07수정 :2017-11-21 19:13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200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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