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엇이었든 간에 우주를 그렇게 순식간에 확대시킨 '그것'은 빅뱅이 일어나고 채 1초도 못 미치는 시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빛을 비롯한 오만 가지 물질의 아주 작은 입자들이 태어났다.

 

 처음에 소립자들은 모두 아주 뜨거웠고 빠르게 움직였다.

거의 모든 소립자 주위에는 반물질 입자들이 날아다녔고, 서로 만나면 결합해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실제로 이상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입자들은 모두 사라지고 오직 빛만 남았을 것이다.

 

 오늘날 중국 인구만큼이나 많은 수의 소립자를 한번 생각해보자.

소립자는 모두 각각 짝이 되는 반물질을 갖고 있는데 그 반물질을 찾아내면 둘 다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예외가 있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은 그 예외,

다시 말해 반물질을 갖고 있지 않아서 죽음의 결합을 피할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우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67쪽.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때의 심정은 이제 잔상만 남았지만 그마저도 여전히 강렬하다.

그러나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그 때로 돌아간다면 어린 나에게 위의 본문을 읽어주지 않을까 싶다. '너는 이미 존재만으로도 놀라운 애야!'

그 말이 쑥쓰러우니 장황하게 늘어놓는 인용문들.

그러나 그 시절의 놀라운 나는 찰떡 같이 알아들을 것이다. 많은 수험생들도, 자신이 있는 그대로도 놀랍고 멋진 존재라는 걸 항상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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